히성래 은사님 팔순 논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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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■ 천주가사, 고전문학의 한 장르로 정립시켜

 ● 천주가사’ 용어 도입한 하성래 선생 팔순 기념 논총 발간

      2014. 05. 25. 발행 [1266호]

규운(圭雲) 하성래(河聲來. 아우구스티노) 박사


우리 학계에 ‘천주가사’라는 용어를 도입한 원로 국문학자이자 교회사연구자인 하성래(아우구스티노) 전 수원교회사연구소 고문이 20일로 팔순을 맞았다. 이에 서종태(스테파노) 전주대 역사문화콘텐츠학과 교수 등 후진들은 최근 「규운 하성래 선생 팔순 기념논총」을 발간하고, 17일 서울 화양동 무스쿠스 건대점에서 기념 논총 봉정식을 가졌다. 봉정식에는 수원교구장 이용훈 주교를 비롯해 수원교회사연구소장 정종득 신부 등 성직자와 교회사학자 30여 명이 함께했다.

하 박사는 “별로 업적도 없는 사람인데 후학들의 권유에 못이겨 기념논총까지 내게 돼 부끄럽기만 하다”고 겸양을 표했다. 그러나 그는 1971년 「한국언어문학」에 국내 첫 천주가사 연구 논문을 발표한 데 이어 1985년 고려대에서 「천주가사 연구」로 박사학위를 받았으며, 최근까지도 논문을 낼 정도로 천주가사 연구에 독보적 업적을 남겼다. 

“가사문학을 연구하다가 천주가사 연구에만 매달리게 됐는데, 그야말로 맨땅을 파는 일이었지요. 선행 연구자가 단 한 사람도 없어 정말 외로웠습니다. 언젠가 지인이 왜 하필 천주가사를 했느냐고, 아무도 알아주지 않는 일을 했느냐고 물은 적이 있는데, 아무도 연구하지 않기 때문에 제가 하는 것이라고 말하며 웃고 말았지요.”

하 박사는 천주가사도 불교가사나 동학가사 같은 다른 종교가사와 마찬가지로 △신앙의 결속력 △강한 포교성(선교성) △작자 자신의 신앙고백이라는 특성을 지닌다며 “천주가사의 백미이자 결정판, 원형(archetype)은 천주가사의 모든 것이 집약된 최양업 신부의 ‘사향가’이며, 나머지는 다 사향가의 아류다”고 잘라 말했다. 

하 박사는 이어 “천주가사를 연구하는데 가장 어려웠던 것은 천주교 용어 문제였는데, 이를 학술적으로 정리해준 분이 윤형중 신부님이셨다”며 “윤 신부님께서는 당신이 쓴 「천주교 요리 상해」전 3권 중 2ㆍ3권을 헌 책방에서 구했는데 1권을 못 구했다고 말씀드리자 선뜻 당신 서가에서 1권을 빼주셨고, 이 책을 바탕으로 연구에 속도를 낼 수 있었다”고 귀띔했다. 

당시 연구에 활용된 천주가사 자료수집에는 윤형중 신부는 물론 오기선 신부, 최석우 신부 등 교회사학자들도 큰 도움을 줬다고 한다. 

“성경에 시편이나 아가가 있듯이 우리나라에는 ‘천주가사’가 있다고 보면 됩니다. 중국에도 성인을 꿈꾸는 노래라고 해서 성몽가(聖夢歌)’라는 게 있습니다. 고생은 했지만 천주가사를 고전문학의 한 장르로 정립시킨 건 보람으로 남습니다. 이제는 젊은 후배학자들이 계속 연구해 주셔서 고마울 따름입니다.”

하 박사는 교회사연구에도 몰입, 지난해엔 수원교구 시복시성위원회를 통해 「영혼의 횃불」, 「기해ㆍ병오박해 순교자 시복재판록」을 펴냈으며, 곧 나올 「병인박해 시복재판록」 연구에도 관여했다. 

요즘엔 연구보다는 잡문만 쓰고 있다는 하 박사는 “전남 화순의 규남박물관을 선조들이 남긴 지도와 간찰로만 채울만큼 훌륭한 조상의 후순으로 태어났음에도 학문적으로 깊이, 폭 넓게 정진하지 못했다”며 아쉬움을 전했다. 

오세택 기자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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